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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후퇴한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경제

by Newsinside 2022. 6. 1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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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목표가 아닌 서로를 위한 규제로 인식 가능한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은 참여국들의 비준 절차를 거쳐 2021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국가 간 기후협약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UN 산하의 기후변화에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2021년 8월 9일, 제6차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명백’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2014년에는 제5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이에 근거해 각 국가들은온실가스 감축 계획, 중장기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침공이전 국제기구나 국제협약 등에 근거해 기후변화에 자발적으로 대응했다.

 

2023~2025년 CBAM 시범 대상 품목
2023~2025년 CBAM 시범 대상 품목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라는 공통목표를 서로를 향한 규제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EU가 발표한 탄소 국경 조정 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대표적이다. CBAM은 EU 역외국가로부터 적용대상 물품을 수입하는 EU 수입자로 하여금CBAM 확인서(CBAM Certificate)를 구입해 제출하게 하는 제도이다. EU와의 교역을 원하는 국가들은 EU에서 결정한 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긴밀했던 국제적 공조하에서도 논란이 됐던 제도들은 신냉전체제 하에서 서로에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식될 것이다. 기후변화에의 대응을 위해 범세계적으로 합의한 제도들은 양진영 간 무역장벽을 높여 국가 간 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2020년 국가별 EU 수입액 규모
2020년 국가별 EU 수입액 규모

 

경제성 때문에 잠시 후퇴한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EU 회원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부터 2022년5월 31일까지 석탄 발전의 발전량을 112TWh(+25% y-y)로 늘렸다. 전쟁 이후 석탄 발전의 발전량을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12월부터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소의 설비 결함을 이유로 일부를 가동 중단했는데, 이로 인해 줄어든 원자력 발전의 발전량을 대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참고로 원자력 발전의 발전량은 전쟁 이후 약 3달 동안 154TWh(-14% y-y)로 감소했다. 그러나 발전원별 발전량의2022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전년 대비 증감률은 석탄발전 +26%, 가스발전-7%, 원자력 발전 -11%, 풍력발전 +6%, 2022년 5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증감률은 석탄발전 +24%, 가스발전 +14%, 원자력 발전 -20%, 풍력발전 -15%를 기록했다. 5월 풍력발전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가스발전을 늘렸지만, 전쟁 이후 줄어든 원자력 발전이나 가스발전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발전으로 대응했다. 지난 3달 동안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기후 변화에의 대응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일부 후퇴한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빠르게 증가한 EU의 석탄발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빠르게 증가한 EU의 석탄발전
원자력 발전 축소도 원인 중 하나
원자력 발전 축소도 원인 중 하나
2021년 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석탄 발전
2021년 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석탄 발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수급 불균형으로 상승할 전망

문제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단기간 내 하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4월 1일부터 ‘비우호적인’ 국가들을 상대로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할것을 통보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6일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GAZPROM은 폴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폴란드 국영 가스기업 PGNiG가 루블화로 지불할 수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또 EU는 지난 3월 REPowerEU에서2022년 4월부터 천연가스 최소 재고를 보유해야 한다는 법을 제안할 예정이며 11월 1일까지 재고를 사용량의 90%까지 채우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지난 5년간 재고는 약 87% 수준이었다.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정리해보면, 공급 측면에서 미국의 유럽 向 LNG 수출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러시아로부터 비롯된 불확실성은 부정적이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하절기 필요한 발전용 수요뿐만 아니라 동절기 난방용 수요, 전년 대비 증가할 재고 수준까지 감안하면 부정적이다. 따라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불안정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며 현재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동조화된 상황
유럽과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동조화된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진 유럽 천연가스 가격

유럽 천연가스 가격(Dutch TTF)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Henry Hub)과 유사하게 계절성을 보였다. 이는 LNG가 아닌 PNG 방식이 활용되고 있고, 발전용∙난방용 수요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줄어들자 한 차례 폭등했다. 그리고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번 더 상승했다. 유럽의 천연가스와 미국의 천연가스는 교환이 불가능해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영향 요인으로 2021년 상반기이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추가됐다. 참고로 유럽 천연가스가격은 2021년부터 LNG를 통해 교역이 가능한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LNG Japan Korea Marker)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사용량의 30% 수준에 불과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사용량의 30% 수준에 불과

 

탄소중립 이행 속도는 다소 느려짐

언론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 2월 27일 의회에서 신규 LNG 터미널 2기를 건설할 것이라 언급했다. 또 독일 관리들은 2030년까지 폐쇄할 계획이었던 석탄 발전 시설을 연장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도 탈석탄 정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2025년까지 석탄발전 시설을 폐쇄하겠다던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당장 전력 부족사태가 일어난다면 석탄 발전의 재개가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탄소중립 이행을 주도하던 유럽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춘 것일까? 적어도 단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뎌진 것으로 보인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모두 탄소중립보단 당장의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게 우선

유럽 외에 한국, 중국, 일본과 인도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국가는 발전의 상당 부분을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탄소중립에의 의지로 지난 10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對러시아 경제제재가 강화되며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이 불균형해지는 등 탄소중립을 이행하기에 불편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기보단 상대적으로 값싼 석탄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을 늘려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대부분의 국가는 탄소중립보단 자국의 안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선회할 전망이다.

 

2021년 보다 확연히 늘어난 유럽의 석탄 발전
2021년 보다 확연히 늘어난 유럽의 석탄 발전
2021년 하반기부터 늘어난 중국의 석탄 채굴
2021년 하반기부터 늘어난 중국의 석탄 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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