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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밸류체인(공급사슬, GVC)의 미래: 지역주의 강화와 새로운 거점 등장

경제

by Newsinside 2022. 5. 2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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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 트렌드는 코로나 국면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가운데 관찰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 내 거점의 이동 혹은 다원화다. 중국을 예로 들면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 비용 증가와 높은 정책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탈중국화를 시도할 유인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중국 주변에 위치한 아세안과 인도, 대만 등 신흥국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추세다. 아시아 권역 외에 유럽과 북미 권역 역시 기존 거점을 대체 혹은 보완할 새로운 거점 국가들이 부상중이다.

1. 아시아: 중국에서 ASEAN, 대만으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의 지역화는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아시아 지역을 통해 수출되거나 아시아 지역 내에서 소비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역내 기여도를 의미하는 ‘역내 부가가치 비중’은 금융위기 전후 87%까지 하락했다가 2018년 88~89% 내외로 완만히 회복했다. 해당 기간 중국의 역내 부가가치 비중은 15%p 이상 상승해 50%을 상회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 집권 이후 G2 간 대립 구도가 이어지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그린필드 투자 유입이 위축된 흐름이 이어진다. 2019~2021년 아시아 지역 평균 그린필드 투자는 2,040억 달러로 2016~2018년 평균의 3,16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아시아 역내 부가가치 비중과 그린필드 투자
아시아 역내 부가가치 비중과 그린필드 투자

 

중국의 그린필드 투자는 2018년을 제외하고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0년대 초 1,000억달러를 웃돌았던 그린필드 투자는 2020년 320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중국 정부는 기술력 제고를 통해 중간재의 자급률이 크게 개선되고 소득수준의 상향으로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 전환을 꾀하면서 제조업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가 급감했다. 반복적으로 야기되는 정책 불확실성 역시 다국적기업 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됐다.

 

중국 그린필드 투자 추이
중국 그린필드 투자 추이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생산 거점에서 수요자로 역할 변화를 모색함에 따라 기존의 생산 거점 역할을 다른 지역 혹은 국가에서 부분적으로 대체하게 된다. 대만과 베트남, 인도가 주목된다.

 

중국 GDP 구성비
중국 GDP 구성비: 민간소비는 상승 추세, 총자본형성은 감소 추세

 

베트남과 인도는 인건비가 싸며 이미 글로벌 밸류체인이 어느 정도 발달돼 의류,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 공장 역할을 하기에 충분히 유리하다. 중국과의 수직적 분업 체계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베트남은 2010년대 평균 200억달러 이상의 그린필드 투자가 이어져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은 투자가 집행됐다. 역내 부가가치 비중 역시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해 2018년 0.9%까지 확대됐다.

 

아시아 주요국 역내 무역 비중
아시아 주요국 역내 무역 비중

 

인도의 경우 최근 3년 그린필드 투자가 360억달러로 2010년대 평균(390억달러)에 못 미쳐 다소 지지부진하다. 대신 역내 부가가치 비중이 2016년 이후 재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1년 역내 무역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2010년 30% 초반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괄목한만한 성장이다. 중장기적으로 핵심 생산 요소인 인구를 갖추고 있는 점도 생산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아시아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아시아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대만은 아시아 주요국 중 2017년 이후 역내무역 비중이 가파르게 반등하며 그린필드 FDI 역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신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미국 등 서구권과의 교두보 역할을 겸해 고위기술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유리했다. 기술 수준 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을 앞서 있다. 반도체 등 IT를 중심으로 생산 거점의 위치를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2. 북미: 미국 & 멕시코

북미 지역의 지역화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정체된 흐름이 이어졌으며 코로나 국면에서 오히려 약화됐다. 미국의 2021년 역내 교역 비중이 30% 미만으로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후퇴했고, 멕시코는 64%대로 1990년대 이후 가장 낮다.

 

북미 주요국 역내 교역 비중
북미 주요국 역내 교역 비중

 

북미 지역의 밸류체인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핵심 소재와 부품을 미국이 공급하고 멕시코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조립 및 생산하는 가공 무역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그런데 북미 지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역외 부품 수입 비중이 확대되면서 역외산 소재 및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아졌고 트럼프 정부가 이에 대응해 2020년 7월 USMCA 발효했다.

 

USMCA 주요내용
USMCA 주요내용

 

USMCA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역내 부가가치 비중(62.5% → 75%)을 상향하고 고임금 노동가치 비중 규정(승용차 40%, 픽업트럭 45%)을 신설해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강화된 부품 및 소재의 원산지 규정과 고임금 노동 부가가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해외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리쇼어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북미 주요국 역내 부가가치 비중
북미 주요국 역내 부가가치 비중

 

코로나 기점으로 더욱 지역화가 약화된 배경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면활동 억제와 대규모 소득보전 효과가 맞물려 급증하는 수요를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소화하면서 해당 지역과의 교역 비중이 확대된 까닭이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기조 하에 북미 지역의 지역화는 재개될 전망이다. 다만 거점의 다원화가 이뤄지기보다는 기존의 거점 국가인 미국의 집중도가 유지되겠다.

 

북미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북미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자국우선주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미국 내 그린필드 투자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간다. 2018~2020년 평균 800억달러를 기록해 2015~2017년 대비 6% 늘었다. 미국의 역내 부가가치 비중 역시 2016~2018년 78~79% 수준을 유지해 2000년대 중반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멕시코는 역내 부가가치 비중이 2016년 이후 4.5% 수준에서 정체됐다. 그린필드 투자 역시 2018~2020년 평균 230억 달러로 2015~2017년(260억달러) 대비 후퇴하고 있다. USMCA 발효 이후의 해외투자 유 입 등의 흐름 역시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 유럽: 독일+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유럽 권역의 지역화는 2010년대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유로존 19개 국의 역내 교역 비중은 2013년 이후 46% 내외에서 횡보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48%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향됐다. 역내 부가가치 비중 역시 2010년대 초반 이후 완만한 상승 추세가 유지된다. 2019년 이후 데이터가 부재하나 역내 교역 비중과 동행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코로나 국면을 거쳐 상승세가 확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렵 역내 교역과 수출 부가가치 기여율
유렵 역내 교역과 수출 부가가치 기여율

 

EU 지역 내 그린필드 투자(직접적 생산을 위한 공장 및, 설비 등의 투자) 규모 또한 2014년 저점으로 증가세가 이어져 역내 생산 기지 강화를 시사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이연되며 2020~2021년 다소 주춤했 으나 여전히 2010년대 초반 대비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유럽 그린필드 투자
유럽 그린필드 투자

 

유럽 권역 내의 생산 거점 변화를 살펴보면 독일의 입지가 유지되는 가운데 프랑스, 스페인와 동유럽의 폴란드 등으로 거점이 다원화되는 추세가 확인된다. 독일의 역내 무역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추세적으로 줄어 68%까지 내려왔고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역내 부가가치 비중 또한 2015년 이후 정체 양상이다. 대신 독일 내 그린필드 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5년 이후 추세적으로 늘어난 독일 내 그린필드 투자는 2020년 250억 달러에 육박해 최고치에 근접했다.

 

유럽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유럽 주요국 그린필드 투자

 

프랑스의 역내 교역 비중은 2019년을 저점으로 반등해 2010년대 중반 수준까지 회복했다. 프랑스 내 그린필드 투자는 2019~2020년 다소 주춤하나 2014년 이후 꾸준히 늘어 2020년 기준 150억달러에 근접한다.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한 규모다. 프랑스는 마크롱 정부의 법인세 인하, 생산세 감세 등 기업 투자환경의 제약을 최소화하는 적극적 친기업 투자 정책을 추진해 투자 매력도가 제고됐다. 최근 마크롱의 재선으로 프랑스의 제조업 체질 개선은 추세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 주요국 역내 교역 비중
유럽 주요국 역내 교역 비중

 

스페인의 역내 교역 비중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50% 중반으로 회복됐다. 특히 그린필드 투자가 두드러지는데 2018~2020년 평균 230억달러를 기록해 2008년의 규모를 경신했고 같은 기간 독일의 그린필드 투자 규모(228억달러) 보다 컸다. 역내 부가가치 비중은 2018년까지 하향세가 이어졌는데 시차를 두고 반등이 기대된다.

 

유럽 주요국 역내 부가가치 비중
유럽 주요국 역내 부가가치 비중

 

마지막으로 폴란드다. 이미 동유럽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고 있는 폴란드 역시 그린필드 투자가 두드러진다. 2018~2020년 평균 223억달러를 기록해 독일 수준에 육박한다. 또한 역내 부가가치 비중이 꾸준히 상승해 2018년 3%를 웃돌았다. 다만 2019년 이후 역내 교역 비중이 가파르게 줄고 중국과 미국 등 역외 국가 와의 교역이 늘어나는 부분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각 지역별 역내 생산 거점 다원화가 진행될 전망

금융위기 이후의 지역화, 블록화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2020년 전후로 지역 내 에서의 변화가 동반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중국이 생산 거점에서 수요자로의 변모를 꾀함에 따라 베트남과 인도, 대만 등이 생산 거점 역할을 점진적으로 대체하겠다.

 

글로벌 밸류체인(공급사슬, GVC) 변화 전망
글로벌 밸류체인(공급사슬, GVC) 변화 전망

 

북미 지역의 경우 미국의 강력한 자국우선주의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리쇼어링을 비롯해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가 미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럽 지역의 경우 밸류체인을 이끌어 온 독일의 역할은 지속되는 가운데 프랑스와 스페인, 동유럽의 폴란드를 중심으로 제2의 생산 거점이 강화되는 양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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